몇해전이였을까...?
2005년 즈음에 10여년을 테니스를 치다가 갑자기 실증이 나서
등산을 시작하였는데
그땐 지금처럼 등산붐이 일어나지 않아 산은 참으로 조용했었지
얼마간 여러산을 다니다가 지리무박종주라는 것을 알아버렸네
2005년인가 확실치 않지만
테니스운동을 10여년을 하여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싶어
무모하게 지리무박종주에 도전을 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
다리에 쥐가 나고 허기지고 목타는 갈증에 악전고투속에 오후 5시가 넘어
중산리로 하산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해 또다시 무박종주에 도전
어찌된 일인지 체력은 더 떨어지고 처음때 보다 더 힘이 들었던 기억
그때 오는 버스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구토를 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내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그후 10여년이 흘렀다
등산외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매주 산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한 3년전부터인가 천식이 너무 심해 산에 가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러워 짬짬이 다리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으로
요즘은 산에 다니는 것이 부담되지 않는 것 같다
또 올해들어 매일 퇴근 후 왕복 8Km정도 걸리는 장산을 2시간정도 운동을 한다
처음에는 다리가 아파 다음날 가기에 부담이 되었는데
그 일도 몇일 하다보니 이젠 몸에도 익었는지 피곤하지가 않다
몇해전만 해도 산행후 다음날은 다리가 아파 움직이기도 싫었는데...
불현듯 옛생각이 났다
그래~ 지리무박종주를 하자
10여년전의 끔찍했던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6월 5일 저녁 11시에 버스에 오른다
20여명의 건각들이 시끌시끌하게 차에 오른다
보니 거의가 1인 신청자들이고 간혹 2명정도가 일행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먼 길을 걸음이 맞지 않은 일행과 같이하는 것은
종주를 할 확율이 현저히 낮아 질 것이다
안내인의 산행설명에 군데군데 탈출로가 설명된다
그래 마음의 부담을 갖지 말아야 긴 길을 걸을수 있겠지...
시계는 자정을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정신은 더욱더 명료해지고
눈을 감아도 오늘 걸을 산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온갖 상상이 머리를 지배하고...
새벽 2시 20분 버스는 성삼재에 도착
산행채비를 하고 탐방지원센타에 모이니 3시전까지 입장할수 없다는 단호한 지침
고성이 오가고 시끌거리는 소리가 밤하늘에 가득해도
무슨 특명이나 받은 냥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는 국립공원직원
그 파워가 참으로 대단하다
마침내 3시가 가까워지자 산문이 열린다
밤안개가 자욱하다
빛이 퍼지는 LED해드랜턴으로는 발밑이 불안전하다
간혹 성능좋은 랜턴불빛을 스치고 지날때에 나의 장비가 부실함을 느낀다
한사람 한사람... 추월한다
안개낀 밤공기가 몸을 열기를 씩혀주니
몸은 가볍다
3시40분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곧장 노고단 고개로 향해 오른다
노고단고개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천왕봉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안개로 축축해진 등로
짙은 안개로 어떤때는 방향을 잃어 버리고
간혹 산악마라토너가 휙~지나가지만 여전히 제일 앞에서 가니
부실한 랜턴으로 속도를 낼수가 없다
노루목에 5시에 도착한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갔다가 올 예정이였지만
랜턴을 핑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고 곧장 삼도봉으로 향한다
5시 15분에 삼도봉에 도착...
처음으로 엉덩이를 깔고 베낭을 연다
초코렛 핫바1개 오이 몇조각을 먹고 쉰다
더 쉬고 싶었지만 길이 멀어 느긋히 앉아 있을수가 없다
삼도봉을 내려와 화개재에 오니 제법 훤하다
한결 편하다
마음속으로 이젠 경치 구경하면서 쉬엄쉬엄가야지 마음을 먹지만...
별다른 풍경도 없거니와 그 풍경을 즐길 동행 또한 없어
거저 앞만 보고 걸을 뿐...
참 노고단고개에서 부터 서울에서 온 산객한분과 동행했었고
같은 버스에서 내린 한 분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다
5시 35분에 화개재에 도착( 성삼재에서 약 9Km 지점)
노고단에 6.3Km를 걸었고 앞으로 연하천산장까지 4.2Km를 가야 한다
연하천산장에서 아침을 먹을 예정
화개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뱀사골로 가는 길이다 (9.2Km)
화개재(1316 m)는 지리산주능선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곳이다
고로 다음 봉우리인 토끼봉까지 30여분 동안 꾸준히 고도를 올려야 하는 구간이다
주능선 종주구간 중 첫번째 맞이하는 고비이다
10년전의 기억이 새롭다
"이 오르막은 언제쯤 끝나지~~"하며 땅바닥만 보고 걸었던 기억
간혹 안개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산중의 많은 새들도 깨어나 온갖 새소리가 아침 숲을 깨운다
그 산속으로 흐르는 청량한 숲내음
과연 지리산이구나를 실감하며 걷는다
주 능선상에서 일출을 맞이 한다
아마 삼도봉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볼만 할것 같다
햇빛 한줌 한줌은 나무며 풀이며 부드럽게 스다듬어며
아침을 깨우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나는 산객은 바람처럼 스치며 지날뿐...
지리의 산속 생명들이 깨어나고 있다
그들이 숨쉬는 소리
그들이 움직이는 소리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건내는 소리
나는 비로소 대자연의 일부인 것 같다는 느낌을 걷는다
나는바람인 양 걷는다
나는 숲인 양 걷는다
나는 지리산의 일부가 되어 걷는다
아~ 그래 이 목책계단이 나오면 연하천이 가까워졌다는 것이지
걸음을 빨리하여 지난다
연하천대피소에 아침 7시에 도착
성삼재에서 4시간을 걸어왔다
물이 풍부하여 냇물 천(川)을 써서 이 깊은 산능선에 연하천이란다
시원한 물에 세수도하고
한바가지의 물을 들이키니 폐부까지 시원하다
입맛이 없다
어제 저녁에 집근처의 분식집에서 김밥3줄을 사왔는데
막상 먹으려니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다
근처에 라면냄새가 나니 그렇게 라면냄새가 맛있게 느껴질 줄이야
초라한 밥상이지만 안 먹어면 금방 허기가 질것이니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목이 메이면 물한잔으로 밀어넣고...
김밥 2줄을 그렇게 먹기 힘든 줄 예전에 몰랐네...ㅋㅋ
천왕봉까지 15km...
이젠 여유를 가지고 걷는다
벽소령대피소까지는 평이한 구간
왠지 속도를 높이고 싶지 않다
그래~ 길이 내인 양
내가 길인 양
그렇게 걷자
이제 조금씩 조망이 터진다
아~ 저 유장한 지리의 연봉들...
마치 산들이 살아 꿈틀거리듯 하다
저 골짜기 골짜기마다 사연이 있겠지
지리는 좋은 사연 싫은 사연들을 다 품어며 함께 간다
그래서 지리산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산이다
그래서 마음의 고향이다
형제봉을 지난다
저 절벽위에서 살아가는 저 소나무도 지리처럼 유장할수 있을까...?
눈보라 비바람속에서도 언제나 꿋꿋한 기상
그 척박한 환경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 삶의 모든 시간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 없다
벽소령대피소에 8시 30분에 도착한다
그냥 지니치기가 뭣해서 나무의자에 앉아
지나는 구름 한번 보고
지나는 산객 한번 보고
그리고 나도 한번 보고
....
지리 주능선의 종주길 중 제일 힘든구간이
이 벽소령에서 세석산장까지 거리인 6.3Km가 아닌가 싶다
10년전에 이 구간을 지나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몇번이나 쉬었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나는 매일 계속되는 일상속에서 주말만 되면 산으로 떠난다
삶에 찌든 무거운 나의 어께는 언제나 부담이였지만
오늘처럼 어께에 둘러멘 나의 베낭은 꿈의 무게이다
이산 저계곡 저능선에서 맞이하는 자연을 벗삼아 걷는 일...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 황홀한 매력에 빠져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다
이 구간에는 낙석위험이 있는 구간이 몇군데 있다
아마 공단에서 낙석위험을 제거하겠지만
언제나 이 구간을 지날때마다 아쓸아쓸하다
걸음을 빨리하여...총총
지루하고 험한 구간이지만 그래도 수량이 풍부한 약수터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지리산은 곳곳에 수량이 풍부해 물무게로 인한 부담이 적다
작은 물병 한두개만 있어도 충분히 능선을 지날수가 있다
물한병을 다시 채우고...
한바가지 마시고...
길을 계속 간다
요즘 산에 갈때마다 에너지음료 1병은 꼭 챙겨간다
산행 중반쯤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고
힘도 생기는 것 같아 꼭 챙긴다
하지만 다량의 카페인을 함류하고 있어
많이 마시면 안좋다고들 하나 일주일에 1~2병 마신다고 탈나는 것도 아니고...
연초록의 어린잎들이 계절을 지나는 바람에
색을 더하고
향을 더하여
이 지리의 산정을 수 놓는다
초여름의 이 지리의 숲을 걸으면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무아의 상념에 깊어진다
지리산은 사람들을 정화하는 듯 하다
풀이며 나무며 꽃이며 구름이...
그리고 지리의 수많은 연봉들이...
막연한 그리움이 각봉우리마다 피어나는 듯 하다
지리에 오면
누구나 다 지혜로워지리라
누구나 다 용기가 생기리라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 있듯이...
백소령과 세석산장의 이 구간은 군데군데
뛰어난 조망이 있어 좋다
먼 길이지만 조망이 있는 곳은 한곳도 빼놓지 않고
지리의 조망을 즐기며 간다
천왕봉쪽으로 바라보아도
안개가 덮혀있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안개가 벗겨지는 순간 환상처럼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기가 여러번...
산능선을 지나는 안개비에 젖은 꽃...
화장하지 않은 청순한 소녀같은 얼굴이다
자세히 보면 그 맑고 깨끗한 꽃잎속으로 빨려들 것 같네
구상나무의 새순도 마치 꽃처럼 예쁘다
만지면 다칠것 같은 어린순이
안개비에 씻기워 더욱 아련하다
지리산의 산길에는 거의가 다 돌길이다
하지만 이 구간에는 간혹 편안한 산길이 있다
잠시동안이지만 돌길을 걸으면서 피로했던 발바닥을 진정시키고...
영신봉(1651m)
이젠 세석산장이 얼마남지 않았다
몇해전인가 약초캐는 산악회인지 모르고 이곳에 왔다가
같이한 회원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혼자서 영신봉과 촛대봉을 오갔던 기억이 나네
그때 누군가가 건낸 산나물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산나물향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중앙에 포근하게 세석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11시에 세석산장에 도착한다
산악회에서 12시가 넘어 세석산장에 도착하면
미련을 갖지 말고 바로 탈출하시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으니 조금 여유롭다
세석에서 마지막 남은 김밥한줄을 마져 먹고 조금 쉬고 간다
세석산장 주변으로 노루오줌을 비롯하여 여러 야생화가 피고있다
오래전에는 이곳 주변이 황폐하여 나무며 풀이 많이 없었는데
출입을 금지시키고 통제를 하니 자연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20대초반에 친구와 이곳을 찾았는데
그땐 이 세석주변에 텐트를 칠수있어 텐트와 쌀과 부식등 거의 20Kg정도의 베낭을 메고
상계사에서 걸어 의신으로 그리고 이 세석산장을 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세석산장을 얼마남겨 놓지 않고 퍼져버려
산장지기의 구조로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하루밤을 지낸적이 있다
지금은 서양풍의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그땐 소박한 건물이였지
촛대봉을 향해 오른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붉은병꽃...
약간 습기가 잇는 곳은 어김없이 미니리과의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얀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어
이 지리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미나리냉이 아니면 미나리아재비...?
야생화종류도 하도 많고 이름도 수천가지...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금방 잊어 버린다
오전에는 안개와 흐린날
오후에 들어도 햇빛이 나지 않은 흐린날이다
쨍쨍한 지리산의 조망은 오늘 기대하지 않아야 되겠다
촛대봉을 지난다
맑은 날 이곳에서 보는 천왕봉의 경치도 괜찮은데...
오....!
햇살이 나온다
지나온 길을 배경으로...
멀리 아련한 봉우리가 노고단인 것 같다
참으로 많이 걸어 왔다
구비구비 저 산길을...
연하선경...
이젠 장터목산장이 거의 가깝다는 거다
지리의 능선 중에 아마 제일로 예쁜 산길이리라
펀안한 길
부드러운 길
사방으로 터진 환한 길
나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
장터목산장 ...
12시 30분에 도착한다
성삼재에서 9시간30분이 걸렸다
한곳에 자리를 펴고 베낭속에 있는 음식을 전부 털어 넣는다
핫바 1개 오이조각 몇개 빵1개...
마지막 고비를 위해 체력을 보충하고 잠시 누워 쉰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밤 10시 집에 도착할때까지 마지막 음식이 될 줄은 몰랐다
산행후 당연히 산악회에 뒷풀이겸으로 저녁을 주는데
이 산악회에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뒷풀이가 없다는 것을 공지를 하면 산행후 주변에서 밥을 먹을수 있었는데
혹시하며 기다리다 쫄쫄 굶고 귀가를 했다...ㅠㅠ
구름은 산정에서 피었다 사라지고...
우리 인생도 저와 같지 않겠는가
장터목산장에서 20분정도 쉬다가 천왕봉을 향해 오른다
지리의 능선 중에 제일로 멋진 길이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이리라
해마다 고사목이 줄어 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상 무엇이라도 영원한 것이 없다마는
그래도 이 제석봉을 장식해주던 고사목인데...
한해 한해 지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경치 구경하며 제석봉에 올랐다
이젠 천왕봉까지 1.1Km
오늘의 종주길에 아주 짧은 거리만 남았다
그러나 체력은 고갈
힘은 여태의 산길보다 더 든다
통천문을 지난다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을 오르는 급경사구간이 오늘 마지막 고비인것 같다
다리의 피로는 극에 달하고
몇발자욱 가다 서고...
천만다행으로 펼쳐진 경치가 너무 좋아 구경 삼아 또 쉬고...ㅋ
마지막 피치를 올려 정상을 향해 간다
드디어 정상... 1시 30분에 천왕봉에 도착한다
성삼재에서 10시간 30분을 걸었다
정상석에는 많은 인파로 정상인증샷은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상석을 몇개 더 만들어야 혼잡을 피할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존있는 정상석도 좀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되겠고...
종종 정상석 주변으로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던데
할수없이 정상석밑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오랑우탕바위도 한번 봐주고...
1시 40분에 본격적인 하산을 한다
아무생각없이 오로지 하산에만 온통 신경을 쓰느라
주변의 풍경을 담지 못했다
돌로 조성된 계단길이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추월에 또 추월을 거듭하여...
3시 20분에 하산을 완료한다
화장실에서 대충 땀을 씻고 대형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또 20여분을
아스팔트길을 간다
산길에서는 몰랐는데 아스팔트길에는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거린다
버스에 도착하여 가까운 하천으로 가서 몸을 씻고
후미의 회원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되세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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